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MH]2013 Gra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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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res: Drama, Sci-Fi, Thriller
Director: Alfonso Cuarón
Writers: Alfonso Cuarón, Jonás Cuarón
Stars: Sandra Bullock, George Clooney, Ed Harris
Production: Warner Bros.

알폰소 쿠아론의 기적같은 작품 그래비티를 보고왔다.

SF는 생각보다 매니악한 장르다. 다른 장르의 영화와 제작되는 횟수를 대비해보면 상당히 매니악한 측면에 속한다는걸 알 수 있다. 그만큼 대중이 쉬이 다가갈 수 있는 장르는 아닌셈이다. 게다가 헐리우드측에서 제작되는 SF는 아무래도 상업적인면을 도외시 할 수 없는 만큼, 진지한 내용의 SF는 그 수가 매우 적었다. 상업적으로 대 성공을 거둔 감독들이 그 감독의 기량을 한껏 펼치고 영화사에 뭔가 하나 의미를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아주 드문드문 제작되는것으로 그 명맥은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다 할것이다.

아주... 간만에! 진지하고 정통에 가까운 제대로된 SF영화가 나왔다. 혹자는 그냥 재난 영화 아니냐, 우주에서 최첨단 과학 장비를 만지작 거리다 재난 당하니까 그냥 SF딱지를 달아주는거 아니냐 하는데, 이 영화 어떻게 봐도 제대로 SF 맞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고, 깊은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매우 정통성있는 SF다.

필립K.딕(블레이드 러너, 이퀼리브리엄,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조정국(adjustment bureau : 컨트롤러)), 아서C.클라크(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2010 오디세이 II), 아이작 아시모프(아이로봇, 바이센테니얼 맨)의 작품을 보면 SF라는 장르가 철학적 사유를 얼마나 중요시 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우주에서 선외작업을 하던 인원들이 데브리에 맞아 우주 미아가 되고 갖은 고난을 뚫고 한 여성만 지구에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등장하는 배우도 딱 두명 뿐이다.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 목소리로 에드 해리스가 나오지만 말 그대로 목소리만 나온다. 그것도 통신기기 너머의 목소리로 불분명하게 안들리는 경우가 많다.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 두명 다 정말이지 SF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우다. 배우 선정도 매우 뜬금없다. 조지 클루니는 이번 우주에서의 마지막 임무를 마치면 다시는 우주에 올일 없는 베테랑 우주인이다. 침착하고 냉정한 판단으로 생존의 길을 열어가는 역할을 잘 연기 해주었고 산드라 블록도 처음 우주로 올라온 여성연구원으로 모든것에 미숙해서 벌벌 떠는 모습을 잘 연기해주었다. 하지만 둘다 어째... SF영화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다. 조지 클루니는 SF영화를 감독하기도 했고 출연작도 꽤나 되지만 그래도 SF배우의 이미지는 글쎄... 아니올시다...이다. 되려 목소리의 에드 해리스면 모를까. (많은 영화에서 상급자, 컨트롤러, 창조자 등등의 그런 이미지를 연기해온 에드 해리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위치의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물론, 목소리일 뿐이지만.)
이 SF, 특히 우주와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이미지의 배우를 쓴 이유는 바로, 참 당돌하게도 배우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라는거다. 헐리우드 상업적 시스템에서 영화를 만드는거니까(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니까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게 나았을것이다.) 스타배우 두명을 쓴것이지만 영화의 성공이 점쳐지는 부분이라던가 영화의 스타일에 두 배우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영화는 전혀 이상없다. 상업적인 부분만 아니라면 아무 배우나 연기력이 좀 되면 별 무리 없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기획이었다는 얘기다. 둘다 백인배우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1.영화가 시작되면 우주에서는 소리도 없고 산소도 없고 생존 불가다라는 자막이 나온다. 그리고 꽈꽝~~~ 하면서 웅장하며 비장한 음악이 잠깐 나오고 영화가 시작된다.
매우 클래식한 영화인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비슷한 형식이다. 이 영화의 기본적인 뿌리가 어디서왔는지를 알려주는듯하다. 감독은 이 영화가 매우 클래식하게,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형식을 쓴듯하다.

2.다음 이어지는 20분간의 롱테이크.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명장면이다. 아마 올해의 명장면, 어쩌면 향후 몇년이 지나도 이보다 멋있는 장면은 만들기 어려울거라 생각이 된다.
물론 각종 CG와 특수 효과, 눈속임의 범벅이겠지만, 그래도 20분간이라는 기나긴 롱테이크의 콘티를 짜내는건 쉬운것이 절대 아니다. 몇십분의 1초단위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장면을 완성시켰다는건데, 그게 말로는 참 쉽지. 직접 영화를 보면 미친거 아니야? 하는 말밖에 안나온다.
20분동안 한번도 컷트 하지 않는다. 관객입장에서(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로 더더욱) 무척이나 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컷트하면 아주 찰나지만 무의식적으로 쉼표를 느낄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한 컷트, 한 컷트마다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쉬면서 생각을 정리해가며 영화를 볼 수 있는것인데 감독은 이걸 과감히 배제하여 20분동안 우리에게 우주의 어디에도 발딛을 수 없는, 기댈 수 없는(기준을 잡을 수 없는) 무중력의 우주, 더 나아게 산소가 없어 전혀 숨을 쉴수 없는 극한의 답답한 느낌(공포)을 아주 잘전달해 주고 있다. 실제 극장에서 이걸 보다 보면 온몸에 힘이들어가고 웬만한 서스펜스 영화를 보는것 이상으로 긴장된다. 그리고 무척 어지럽다. 3D영화관에서 보면 멀미까지 날지도 모른다.
실로 위대한 20분이다. 놀라운 20분이다. 앞으로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이런 장면을 많이 선사할 수 있겠지만,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완벽한 장면을 위한 장인정신의 승리가 있어야 가능한 장면이기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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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선외작업을 하는 사람은 3명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손보는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그리고 젊은 남자 한명이 우주왕복선에 매달려 뭔가 작업을 하고 있다. 뭔가 신난 소년처럼 매우 나대면서 말이다. 그리고 최장시간 우주유영기록을 세우겠다느니 하면서 작업반경주위를 돌고 있는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이걸 보면 좀 웃긴다. 말없이 묵묵히 실질적인 일을 하고 있는 여자. 게다가 대단히 책임감이 강하다. 분명 무리하는 가운데 어떻게든 임무 완수하려고 애를 쓴다. 별 생각 없이 뛰노는 아이. 또, 실질적인 일을 하고 있지는 않는데, 무척이나 대단한일을 하는 양 떠들며 밖으로 나도는 남자. 이걸 보며 느낄 수 있는건 오랜 인류사에 가장 많이 보여져왔던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은 별생각 없이 방방 뛰어오르며 놀지만(일하지만. 아이들의 일은 노는거다.) 우주왕복선(셔틀)에 몸을 묶었기에 그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는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일터에서 여자는 실질적인 일을 하고 있다. 그에 비해 남자는 자신의 취미나 취향에 대해 떠들어대고 지나간 추억과 여자에 대해 떠들어댄다. 셔틀을 집,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장소는 일터라 생각되는것이다. 그런 의미로 보라고 만들어진 장면일테니 그렇겠지.
상고시대까지는 인류가 가정중심 씨족중심으로 발전했는데 남자는 충분히 능력이 있지만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고 주로 밖으로, 자기 좋을대로 나댔고,(전쟁, 정치, 사냥, 정복) 여자들이 실제 생활을 꾸려왔었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중에 코왈스키는 스톤 박사를 구하고 자기는 목숨을 미련없이 버린다. 어쩌면 인류역사에서 보여주었던 남자들의 숙명을 나타내는것 아닐까. 한마디로 우주에서의 선외작업부터 사고와 위기, 구조와 희생, 마침내 생존까지의 모습이 인류가 걸어왔던 역사들의 하나의 가정으로 대입되고 대표되는 엄청난 축약판을 보여주는것이라 여겨진다. 기가막히게 멋들어진 은유의 훌륭한 서사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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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가 우주 미아가 된 장면에서 우주에서 카메라가 머물다 스톤의 헬멧속으로 카메라가 이동한다. 그리고 다시 헬멧 밖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는데, 극심한 공포로 인한 헐떡거림과 비명을 실감나게 연기했고 탁월하게 연출했다. 그다음으로 연결되는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와의 생존을 위한 우주 유영과 러시아 우주정거장으로의 이동에서 보여주는 무중력하의 관성법칙과 우주에서의 무채색 화면은 대단히 실감난다. 마치 우주용 수리 포드를 타고 우주선을 수리하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매우 리얼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이 장면은 끝없이 공허한 우주와 생존의 벼랑끝인 우주복 사이가 이렇게 얇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음을 효과적으로 상기해주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우주에서 먼지만큼 작은 인간. 하잘것 없는 인간이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는 생각말이다. 우주는 하나의 인간이고, 곧 인간 하나하나는 그 자체가 우주만큼이나 소중하고 독립적이며, 고독하고 무한하며, 공포스럽다는 의미 말이다. 꽤나 철학적이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장면이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와는 달리, 21세기 상업영화답게 배경음악은 계속 나와준다. 이점에서 좀 리얼함이 떨어져보이는데 뭐 그다지 큰문제는 없다할 수 있겠지.

4.러시아 우주정거장까지 진행하지만 다시 우주 쓰레기가 몰려와 스톤 박사를 위험에 빠지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우주복내의 산소도 부족하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아주 극적으로 산소가 있고 우주 쓰레기의 충돌로부터 안전한 러시아 우주정거장 안으로 스톤박사는 들어가는데 성공한다. 여기까지의 장면들이 아주 이채롭고 흥미롭다. 러시아 우주정거장(러시아제인것은 중요치 않다.)이 모체를 상징함과 동시에 형상적으로 여성기, 자궁과 질을 의미한다. 스톤박사를 포함한 우주 데브리는 수많은 정자, 스톤박사는 여성의 체내에 성공적으로 들어간 정자를 의미한다. (소유즈) 낙하캡슐은 배아(태아)를 이야기하고 우주공간에 펼쳐져 있는 낙하산은 형상적으로 태반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거기서 늘어진 탯줄이 낙하캡슐을 붙들고 있다. 게다가 아주 적나라하고 친절하게도 우주정거장 안으로 들어온 스톤은 이제야 겨우 삶을 얻을 수 있는 산소를 힘겹고 기쁘게 들이마시며 우주복을 벗어던지고 몸을 구부린다. 그 형상이 너무나 태아의 모습 같아 누가 보더라도 그런 의미인것을 알 수 있을것이다. 지나치게 친절하지만 그 장면에 공을 많이 들인것이 보였기에 훌륭하게 만들어진 장면으로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산드라 블록의 허벅지! 그녀가 입은 핫팬츠 비슷한 옷의 디자인 때문에 더더욱 미학적으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허벅지의 하얀색과 팬츠의 검은색이 비율적으로 굉장히 아름답다. 인체의 아름다움에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의도된 장면이다. 섹시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그보다 그냥 절대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로 더 크게 느껴진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장면들을 쭉 상기해보면 산드라 블록의 맨몸이랄 수 있는 우주복을 벗은 모습이 이제야 처음으로 보여진다. 산드라 블록의 매우 아름다운 몸매가 무중력에서 둥둥떠있는 장면은 인간의 몸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매우 숭고한 느낌이 들정도의 아름다운 누드에 가까운 몸매인데 태아의 몸형상으로 웅크릴때 정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명작을 만들려고 작정을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긴말 할거 없이 정말 대단하다. 이 장면을 위해서 산드라 블록은 좋은 몸매를 보여줘야 하기에 엄청 운동했을것 같다.
사족이지만 서스펜스를 가미한 재난영화의 색을 띄는 이 영화에서 생각보다 얼굴의 클로즈업이 매우 적다. 이는 재난이 닥쳐 긴장하는 인물들의 정서에 포커스를 맞출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얼굴 클로즈업을 매우 아낀다. 인물의 긴장감 대신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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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러시아 우주정거장에 거의 맨몸이다 시피 들어간 스톤 박사는 그 안을 유유히 헤엄치며 다닌다. 여성의 체내에 들어가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정자와 닮았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스톤을 살리려 무전으로 계속 생존 기술만을 이야기 해주던 코왈스키가 정말 뜬금없이 한마디 던진다. "그런데 왜 여자 이름이 라이언이야?" 극중 여자이지만 정자의 의미를 가지니 남자 이름을 준 모양이다. 몸은 여자이지만 이름은 남자인 자웅동체. 이 자웅동체의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또 나온다.
우주정거장 내부를 섹시한 몸으로 유영하며 다니는 스톤은 널부러진 음료수를 빨아 마시다 그걸 마시는데 집중하지 않고 그냥 들고 다니면서 물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 물론 이야기 순서상 당연히 생고생을 했으니 수분을 보충하고 싶을테다. 수분을 보충하는 장면을 강조하고 싶다면 물을 쭉쭉 빨아들이면서 다니는걸 연기하도록 할텐데 왜 물을 줄줄 흘리고 다닐까? 물을 흘리고 다니는 섹시한 여자의 거의 알몸. 바로 섹스를 의미한다. 이 부근의 장면 시퀀스는 바로 성교를 의미 하는데, 당연히 단순 쾌락적이고 퇴폐적인 의미가 아니라 생명의 잉태와 연속으로써의 숭고한 섹스장면인것이다. 뭐 섹스를 해야 정자가 여자 몸속에 들어가고 태아가 잉태하고 그럴것 아닌가. 그리고 보란듯이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산드라 블록의 엉덩이를 '섹시'하게 찍는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감독이 여배우의 미모를 한껏 살리는 이런 장면을 넣은것은 심히 의도적이다. 왜냐면 무중력하의 물리법칙등을 아주 실감나게 영상화 하며 사실감을 강조했음에도 무중력의 우주에서 여자가 저렇게 예쁠리는 없기 때문이다. 무중력에서는 여자의 머리가 지저분하게 산발이 되고 얼굴을 비롯한 각부분의 피부가 흉스럽게 붕붕 떠서 마치 몇일을 라면먹고 바로 잠든 여자처럼 퉁퉁 붓기 때문이다. 한국 우주인 1호 이소연의 사진 자료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아무리 산드라 블록이 각선미 넘치고 예쁘게 마른 몸매와 얼굴이라지만 그녀라고 무중력가면 안붓는거 아니다. 게다가 여자의 근육은 남자만큼 단단하지도 않기 때문에 무중력의 우주에서 유영을 하면 심하게 너덜거린다. 몸매의 아름다움이 펑펑 터지다 못해 철철 넘쳐야만 하는 장면이기에 사실성은 과감히 배제한듯 하다. 덕분에 제작비도 좀더 아끼고 좋지 뭐.

사실 영화에 비과학적인 부분이 좀 많다. 지구와 개인 수준의 장비인 라디오 장비만으로 그렇게 오래 통화할 수 없을 뿐더러, 조금 큰 점처럼 보이는 우주정거장까지 날아가는데 단순히 육안으로 조준을 한다음 분사제를 뿌린다고 영화에서처럼 그정도로 가까이가는건 기적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멀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더 멀리 지나가도 이상할게 없다. 그 거리를 육안으로... 뭘해.
하지만 이 모든것이 영화니까 용서되고 그래야 이야기도 되고. 재미도 있고.

6.영화 초기의 우주 유영 작업은 마치 인류의 선사시대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것 같은 장면들이다. 아직 영화는 선사시대에 머물고 있는것이다. 이제, '불'이 발견된다. 우주정거장 내부의 회로가 합선으로 탔는지 불이 허공에 뿅~뿅~ 날아 다닌다. 우주에서 불나면 그런가보다. 산소가 없으면 타오르지 않는 불. 하지만 인간은 산소가 필요하다. 참 아이러니 하지.
스톤은 미쳐 발견하지 못하고 큰 화재를 당한다. 불은 인류의 커다란 발견이자 커다란 재앙이다. 불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겨우 돌도끼나 들고 다니면서 투닥거렸을 인류지만 불을 발견함으로써 청동기 철기를 지나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각종 대형 전쟁이 발발한다. 이 영화에서 불은 인류를 파괴로 몰아 넣는 전쟁을 의미한다 여겨진다. 그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분사하지만 도리어 크게 다치고 만다. 머리를 세게 부딪혀 의식이 흐려질정도였으니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을 사고였다. 그만큼 전쟁이라는 화마에 대항하는것은 보통의 인류로썬 이겨내기 힘든 역경이다. 아직도 전쟁은 우리가 보는곳에서 보지못하는곳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고 인류는 그 화마와 같은 전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스톤은 반전의 의지(소화기)를 가진채 탈출캡슐로 몸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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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도킹을 언락하여 캡슐을 불에 휩싸인 정거장으로부터 떨어뜨리지만 도리어 펼쳐져있던 낙하산에 걸려 또 다른 위기를 맞는다. 스톤은 우주로 다시 나가 직접 손으로 굉장한 위험을 무릅쓰고 낙하산을 분리해내는 수밖에 없다. 이때 다시 데브리가 날아드는데 참 보는 사람의 마음을 긴장하게 만든다. 조금이라도 부딪히면 큰일난다. 분명 3D효과가 장난 아니었을것 같은 장면이다. 낙하산을 분리하기 위한 도구로 특수하게 생긴 스패너 같은걸 쓰는데 이게 잠깐 스톤의 손을 벗어나 우주에 떠돈다. 그런데 모양새가 많이 수상쩍다. 생각해보면 스패너를 잠깐 놓치는 장면으로 좀더 긴장감을 주지만 그냥 그걸로 장면의 의미가 끝난다고 보면 지금까지의 영화를 봤을때 좀 가볍다. 그 스패너의 모양새...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류의 조상인 유인원이 하늘로 던진 그 다리뼈와 아주 유사하다. 의미도 다분히 유사하게 해석될 수 있다. 도구의 발견->인류의 성장, 불의 발견->인류의 시련->도구의 사용->인류의 새로운 성장과 탄생과 독립(탯줄을 자름). 이런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빠돌이 같으니라구.

8.간신히 위기가 일단락되지만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탈출 캡슐의 연료가 없는것. 저멀리 보이는 중국의 우주정거장에 가면 살수 있겠지만 거기까지 갈 연료가 없다. 그리고 별다른 난방을 제공하지 않는 단순 캡슐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지구의 뒷편(태양 빛이 닿지 않는)으로 돌아갔기에 극심한 추위와 산소부족으로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죽을게 뻔하다.
그때 어떤 남자의 목소리로 무전이 들어온다. 휴스턴이나 코왈스키로 생각하지만... 지구에서 오는 무전이다. 중국말인지 아니면 베트남 말인지 모를 잘 들리지 않는 무전으로 스톤은 매우 답답해한다. 하지만 이 무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눈물을 흘리며 계속 말해달라고 하고 지상에서도 답답한지 웃기도 하고 개짖는 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 장면은 나중에 또 나오지만 이렇게 작은 지구(끝없는 우주에 비해)에서도 말이 서로 통하지 않는 인간의 한계와 외로움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스톤과 지상의 남자는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한다. 바로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감정의 언어로 소통하려한다. 아마도 서로 위안을 주고 안부를 걱정을 해주는 감정의 말들일것이다. 정말 이 영화의 빛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놀라운것은 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아들인 조나스 쿠아론 감독(이 영화 그래비티의 각본을 썼다. 아비보다 천재인듯?)의 단편영화 '아니가크라'는 영화에 우주를 표류하고 있는 여성 우주비행사와 우연히 잡힌 라디오 전파로 짧게 통신을 하는 장면이 있다는것이다. 오! 지쟈스... 졸라 천재인듯. 그러니까 영화 '아니가크'는 '그래비티'의 어쩌면 스핀오프격이다. 도대체 이런 놀라운 창작력은 어디서 나오는것인가.


2013 Aningaaq, www.daum.net

9.아마 일부러 그랬을것이라 여겨지지만 하여간 스톤은 캡슐내의 산소농도를 아주 낮은 수준으로 잠가 버린다. 산소부족으로 자살을 생각하는것일까. 그때 코왈스키가 나타나 뜬금없이 캡슐안으로 들어와 우주복의 헬멧까지 벗고 보드카를 찾아 마시기까지 한다. 매우 여유있고 또한 듬직한 모습이다. 지구의 뒷편이므로 매우 춥기에 바로 전까지는 스톤은 입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고 있었지만 코왈스키가 나타나서 얘기를 나누는데도 입김이 나오지 않는다. 저산소로 인한 환각인지 아니면 영화적 장치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 장면은 영화내에서 실제 일어나지 않는 장면이라는걸 보여준다. 코왈스키가 사라지고 바로 스톤의 입김이 뿜!뿜! 뿜어져 나온다.
코왈스키는 스톤에게 삶을 포기하지 말라며 희망을 준다. 딸을 사고로 잃고 죽은것과 다름없이 의미없는 일상을 살아온 스톤에게 지금의 역경은 새로운 탄생으로 인도할 첫 내디딤이 될거라 말해준다. 정말 멋진 남자이고, 좋은 가장의 표본 같은 사람이다.
'착륙은 또 다른 발사다.' 코왈스키의 상식의 전환이 되는 메시지를 받은 (그게 환각일지라도) 스톤은 착륙에 소모되는 추진제를 분사해 우주를 가로질러 중국 우주정거장으로 간다.
어쩌면 러시아 우주정거장에서 중국 우주정거장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생략하고 바로 지구로 직행해도 되는 부분이지만, 이런 지구 착륙으로의 이동에서 한 과정을 더 덧붙이면서 지상과의 우연한 라디오 통신, 스톤의 인간적인 성장에의 촉발제가 되는 코왈스키의 대사부분을 넣음으로써 이야기는 한결 더 풍부해지고 감성적이 되었다.
이동경로를 한번 더 넣음으로써 이야기를 반복에서 시달리게 만드는 느낌을 지우면서 더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은 위험하면서 힘든일인데 아주 절묘하게 짜여져 있어 부담감이 전혀 없다. 정말 대단한 시나리오다.

10.중국 우주정거장 부근 까지 날아가 스톤은 다시한번 우주 유영을 한다. 아까의 소화기를 들고 월-E 코스프레를 하면서 우주 유영을 하고 극적으로 지구의 중력에 빨려 내려가는 중국 우주정거장에서 착륙 캡슐에 들어가는데 성공한다.
여기서 중국 우주선들의 모든 패널이 흥미롭게도 영어 한자 없이 중국어로 되어 있다. 스톤이 '소유즈, 소유즈'하는걸 보아 아마 러시아산 우주정거장인데 중국이 관리하거나 개량했거나 하는거겠지. 아까의 러시아 우주정거장이나 착륙 캡슐과 정말 대동소이하다. 우주의 이동과정을 시나리오 제작 과정중 나중에 한번더 추가한거라니까. ㅋ  모두 버튼과 패널이 중국어로 되어 있는데, 기술은 외국것이지만 이름표는 중국것을 고집스레 달아놓는 중국의 아집을 보여주는듯 하다. 우주 정거장에 벼의 모종으로 보이는것도 실험하고 있었고, (중국의 입장에서 그들의 주식이 쌀이나 밀이니 미래를 위해 연구를 하는듯) 탁구채도 떠다니며 부처상으로 보이는 스테츄도 있다. 헐리우드에서 중국을 비하하기 위해 그런 요소를 집어 넣었기 보다, 너무 억지스럽게 자기것만을 최고라 보채는듯한 중국의 모습을 반영하는듯 싶었다.
그리고 벼의 모종을 실험하는것 말인데, 처음에 선사시대이며 그 뒤로 불의 발견이 있었고 이제는 농경사회로의 진입을 표현하는것 같기도 했다.
스톤의 인격 성장과 인류역사 발전의 축약을 보여주고 나아가서 생명체 발달의 축약까지 보여준다. 제대로 정통SF인것이다.

11.'착륙에서 타버리지 않고 살아남아도 또는 다 타버려도 굉장한 모험이니까... 밑지는건 없다.' 맞는말이다. 굉장한 모험이지. 생명의 발달이, 인류의 발전이, 개인의 성장이 멈춰버리거나 실패해버려도 손해보는일은 아니다. 그 자체가 굉장히 의미있는 모험이었을 테니까. 그 주체가 개인이던지, 인류이던지, 아주이던지간에 말이다. 그리고 후회는 없다.

12.다른 우주정거장의 파편들도 맹렬하게 타오르며 떨어진다. 하지만 안전하게 낙하산을 펴고 떨어지는건 스톤의것 하나뿐.
떨어지는 내내 스톤은 휴스턴과의 통신을 시도한다. 연결이 되긴 하지만 교신은 하지 못한다. 위치가 어딘지 자꾸 물어보지만 스톤은 착륙정내에 물이 차올라 대답하지 못한다. 이렇게 시나리오를 짠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면 스톤은 컨트롤 센터로부터 어쩌면 자유를 얻은것이다. 우주에 있을때 애타게 찾지만 결국 휴스턴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때까지 명령을 내리고 일을 주어 자기를 속박해왔던 컨트롤 센터가 정작 필요할때는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의 부조리한 모습과 비슷하다. 각종 납세와 병역의 의무등을 씌우고 합법적으로 착취를 하지만 정작 일이 벌어졌을때는 국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이 영화의 제목 '그래비티, Gravity' 이제야 그 주인공이 실체를 보여준다. 중력의 영향을 받아 모든것이 안정적이고 정상적이고 편안해지는 하나의 위대한 기준점이 생긴다. 스톤은 영화 내내 중력의 속박에서 벗어나 있지만 갖은 고생을 하다 영화 마지막에 중력의 속박속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지구의 자연이 주는 절대적인 속박. 중력. 하지만 그 속박속에 있을때 생명은 도리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자유는 속박과 이음동의어인것이다. 다만 그것이 자연이 주는 속박인가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속박인가에 차이가 있을뿐이다.

13.착륙정이 물위에 떨어지는데 바다인줄 알았으나 알고보니 개구리(!)가 헤엄치는 물속이다. 민물인것. 스톤은 가라앉는 착륙정에서 빠져나와 헤엄쳐 물위로 올라오려고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 문명의 이기라 상징되는 우주복을 벗어버린다. 그리고 헤엄쳐 물위로 올라와 숨쉰다.
민물을 나타내기 위해 개구리를 등장시켰다. 하지만 개구리는 그런 의미만 있는것이 아니다. 우주에서 내려온 생명(스톤,돌)이 물속에서 진화해 양서류가 되는 과정을 극도로 축약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산드라 블록은 물속에서 헤엄쳐서 뭍으로 나와 엎드려 잠시 쉰다. 두팔로(두다리) 기어보지만 우주에서 바로 내려왔기에 적응이 되지 않아 힘들어 한다. 기쁨에 들뜬 얼굴이다. 죽다 살아났으니 당연한거지. 두 팔과 다리로 힘겹게 지탱하고 살살 걷다가 똑바로 잘 걸어서 화면 밖으로 퇴장한다.
그 뒤로 영화가 바로 끝나버리는데 실로 대단히 정교하고 절묘하다. 우주에서 잉태된 생명이 지상으로 떨어진다.->처음에 물속에서 적응한다.->헤엄치지만 서투르다.->곧바로 잘 헤엄친다.->개구리로 보여지는 진화의 과정을 암시한다.->뭍으로 기어나온다.->앞의 두다리로 걷는다.->네다리로 걷는다.->이제 직립 보행한다. (게다가 중간에 진흙을 쥐어보기도 한다. 생활 터전이 물에서->진흙->마른흙으로 이동한건 진화의 한 모습이다.)
스톤이 라이언이라는 남자의 이름으로 자웅동체적인 요소를 부여받은 이유가 여기있다. 자웅동체여야만, 즉, 스스로 번식이 가능한 존재(여러개체가 있어 번식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인것으로 상징성이 있고, 우주로부터 내려온 생명의 씨앗(착륙정이 씨앗처럼 생겼다.)이라는 상징성으로도 암,수 딱 한정해 놓는것보다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스톤이라는 성씨도 의미가 있다. 지구같은 행성은 그 자체로 커다란 스톤=돌, 돌맹이다. 그위에 물이 있고 흙이있어 생명이 뿌리내리고 자라는곳이다.
즉, 라이언 스톤. 그 자체가 생명이고 지구이고 우주이다.
게다가 착륙한 지점은 어떻게 봐도 인간의 흔적이 안보인다. 마치 '인간이 전혀 없었던 중생대로 타임 워프한거예요.'라고 뻥을 쳐도 믿어질만큼 자연 그자체만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흔적 전혀 없었다. 생명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있어 배경에 인간의 흔적이 나와 버리면 좀 그렇긴 하잖아.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뺨칠정도의 진화에 대한 훌륭한 은유다! 단순히 물에서 헤엄쳐 나와 육지로 가는 장면을 이렇게 은유를 할 수 있다니. 감독은 확실히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빠돌이다.
지구가 우주의 한부분인 만큼, 지구의 생명체도 우주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걸 의미하는것이다. 즉, 지구의 대기권 아래, 중력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생명체도 우주에서 잉태되고 시작된 엄연한 우주의 한부분이라는것을 환기시켜준다. 어휴, 대우주와 생명을 가로지르는 사유를 하도록 한 대작 SF다. 걸작의 반열에 들어도 모자람이 없을것이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아류같은 모습이지만 단순한 아류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잘만들어졌다. 천재적인 작품임에는 틀림 없다.

14.영화 처음에 '갠지스강의 우주 해돋이'를 언급하는 장면이 있다. 갠지스강 유역은 인류 문명이 탄생했다고 여겨지는 여러군데중 하나다. 초반 우주 데브리에 맞아 조난을 당하고 난 다음의 대사인데, 아까 원시 부족의 모습을 한 우주 작업장면 이후이므로 원시 가족->원시 씨족->원시 부족->문명의 탄생->불과 전쟁의 발생 뭐 이런 순으로 보면 될듯 하다.

15.미국 우주왕복선->러시아 우주정거장->중국 우주정거장 으로 이동하는데, 각종 언어의 틀에 묶여 소통이 어려운 인류의 한계를 표현하고자 함도 있지만, 결국 이야기의 무대는 미국 한정이 아닌, 전 지구에 걸친 사유를 하고자하는 SF임을 강조하는 장치인듯 싶다. 이 SF는 미국 출신의 어떤 여성 우주비행사만의 이야기가 아닌 그냥 인류, 더 나아가 생명체, 더 나아가 우주에 대한 이야기다. 즉, 영화 주인공은 우주.

16.극장측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스타리움 상영관에서 보는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가급적이면 3D나 아이맥스로 관람할것. 그편이 감독의 의도를 더 잘 알수 있고 화면도 더 멋질듯하다. 스타리움 버전은 그냥 2D디지털 버전을 단순 확대해서 보여주는것일뿐이다. 그 큰 화면으로 보자니 화질이 떨어져 선명함이 좋지 않다. 스타리움 전용이었던 프로메테우스의 그 대단한 화질을 기대하고 갔던 내가 바보지. 검색을 먼저 하고 갈걸 그랬다. 이점 후회 막심.

작품
 ★★★★★☆☆☆   간만의 기적과도 같은 SF의 또다른 역사적 분기점.
미술
 ★★★★★  초반 20분 가량의 롱테이크는 전무후무할 걸작.
음악
 ★★★★  영화에 완벽히 녹아듬.
재미
 ★★★★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몰입감.
연기
 ★★★★  다시 물오른 산드라 블록의 강렬한 연기.

Total : 112pt.
*반드시 극장에서 3D아이맥스로 관람하고 미디어를 소장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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